May 13, 2014
http://herattik.tumblr.com/post/85545800165

herattik: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May 9, 2014
좋아하는 두 가지 농담

ba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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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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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유하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인생이었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같은 웃음에

(via sonicjazz)

March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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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귤’

나는 술을 좋아했다. 그것도 늘 소주였다. 돈이 없어서 소주, 라기보다는, 돈이 있건 없건 소주를 마셨다. 독해서 좋았는지, 맛있어서 좋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무색투명한 색 자체를 좋아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술을 싫어했다. 술을 싫어했다기 보다는 술 자체를 마시지 못했다. 와인을 차에 싣고 그녀와 함께 교외의 한 자연휴양림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와인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디너의 애피타이저로 목이나 축일 겸 그녀에게 캔맥주 하나를 권했다. 캔맥주를 반쯤 비운 그녀는 벌개진 얼굴로 쓰러져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물론, 우리는 곧바로 짐을 쓰고 집으로 향해야 했다. 그런 그녀였다.

알코올 중독자와 알코올 회피자인 우리도 만난 지 100일이 되었다. 취향이 전혀 다른 관계로 우리는 늘 영화관이나 카페를 전전했으나 날도 날인지라 그녀와 나는 그녀의 집 앞에 있는 한 술집에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고 싶다는 그녀의 배려였다.

추운 겨울이었고, 술집 앞 리어카에서는 귤을 팔고 있었다. 나는 귤 한 봉지를 사서 소주 한 잔에 귤을 한 조각씩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고 했더니 그녀도 그렇게 소주를 마셔보겠단다. 그녀는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탁 털어놓고 귤을 아작아작 씹어 먹더니 제법 맛있다며 감탄했다. 오늘따라 소주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그녀, 그렇게 소주 반병을 마셨고, 이후에 나는 열심히 구토를 하는 그녀를 들쳐 업고 그녀의 집까지 가야 했으며, 그녀는 향후 이틀간 앓아 누워야만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와 똑같은 술을 마시고, 나와 똑같이 발걸음을 맞추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쓴 소주에 신 귤을 먹으면서도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 이후 그녀와 나는 평생 함께 발걸음을 맞춰나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나눠 마시던 그 추운 겨울날의 소주 한 병과 귤 한 봉지가 내 기억 속에선 가장 낭만적인 술과 안주가 되었다.

"

— 글 김양수
PAPER 2006년 2월호 / 내 술잔에 담은 아련한 낭만 (via karsunke)

March 10, 2014

트롬소 시내

March 10, 2014

쓰담쓰담하면 바로 애교 부리던
귀요미와 함께한 야간 개썰매.

March 10, 2014

2월에는 마주하기 힘들다는 쾌청한 하늘
거울같이 맑은 바다
눈 덮인 야트막한 언덕

12:31am  |   URL: http://tmblr.co/Z5A7vr19hC33x
  
Filed under: tromsø 트롬소 2014 
September 20, 201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September 20, 2013
별이름 작명소 - 이은규

 

고단한 잠은 멀리 있고

나를 찾지 못한 잠은

누구의 호흡으로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있을까

 

나는 아직

아름다운 운율에 대한 정의를

잠든 그의 숨소리라고 기록한다

 

두 눈을 꼭 감으면 잠이 올 거야, 없는 그가 다독이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두 눈을 꼭 감으면 감을수록

떠도는 별들이

동공의 어두운 웅덩이를 찾아와 流星雨로 내렸다

 

밤새 流星雨로 내리는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차가운 호흡과

별들이 돌아가는 시간이 꼭 알맞았다

오랫동안 성황을 이룰, 별이름 작명소

 

잠을 설친 새벽이 눈 뜰 때마다

검은 액자 속 한 사람과 마주쳤다

날마다 희미해지는 연습을 하는지

명도를 잃어가는 사진 한 장

 

별이 태어나는 차가운 먼지구름 속

아무도 그가 먼지구름에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해주지 않았다

어떤 별의 소멸은 아직 없는 별을 산란시킬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그 입술을 조용히 짓이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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